무심과 영원

시리즈

작가 소개

역사 속으로 사라진 『문학3』에 「공포워크숍」을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문학+시각이라는 수식 아래에서 시각예술가 익수케와 함께 〈장소통역사〉라는 콜렉티브로 재미있어 보이는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괴담을 쓰고, 검도에 정진하며 여름을 나고 있다.

작가의 말

10년 전의 저였다면 절대로 소설로 쓰지 않았을 ‘검도’와 ‘여름’에 관해 써버렸습니다. 소설을 끝내고, 쉽게 ‘절대로’라는 말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마감 후 저에게 주는 작은 상으로 추천받은 〈애프터 썬〉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생각보다 그냥 그런 영화네’라며 노트북을 덮는 순간, 영화 속 여름 휴가가 쏟아졌습니다. 끝나고 나서, 시작되는 영화였습니다.

결심을 잊고 또다시 쉽게 단언해버린 자신이 조금 싫어졌고, 삶은 왜 자꾸 나를 계속 뒤돌아보게 할까 싶어 마음이 울적해졌습니다. 그 순간에는 왜 알 수 없을까요. 어두운 방에 앉아 있다가 나와, 다정한 노란 조명이 있는 연희동 작업실 창가에서 짙은 녹색의 나무들을 바라봅니다. 사랑하는 이와 멋진 여름 휴가를 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처럼 애쓰는 마음으로 소설을 썼습니다. 지나간 장면은 돌아오지 않지만 기억해줄 당신이 곁에 있을 거라는 믿음의 자세로. 이 소설과 함께 여름을 잘 떠나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만 제가 쉽게 단언해버린 것들을 수습하기 위해 여름과 먼저 작별하겠습니다. 그럼,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