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홀 pinhole

시리즈

작가 소개

2021년 장편소설 『남겨진 이름들』로 제3회 박상륭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방어가 제철』, 에세이 『물의 기록』이 있다.

작가의 말

재작년, 봄부터 가을에 걸쳐 자료집 발간을 위해 탈시설 장애인 당사자 일곱 명을 인터뷰했다. 한 사람을 두 번씩 만나 그들 삶에 귀를 기울였다. 유일하고 소중한 증언들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위에서 나는 매번 아프게 기뻤고 회를 거듭할수록 나의 가장자리가 환하게 자라나는 것을 느꼈다. 그때의 기억이 여전히 내 안에 깊이 박혀 있지만, 소설 속에서는 그들의 삶이 재연되거나 소비되지 않도록 애썼다. 그것이 내가 그 일곱 명에게서 받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이라 믿으며,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상상으로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썼다.

이 이야기를 살아가는 동안 품었던 소망을 이곳에 함께 남겨둔다. 쓰거나 쓰지 않는 동안, 잘 보고 잘 듣는 사람이기를. ‘잘’의 정확한 의미를 지치지 않고 고민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