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링

시리즈

작가 소개

201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평일의 비행』 『최저 라이프』가 있다.

작가의 말

집에 있으면서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내 안에 막연하게 자리 잡은 진짜 집은 어디일까. 내 몸이 어느 곳에도 닿지 않는다는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고,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존재의 빛이 희미하게 느껴질 때, ‘무연고’의 마음을 떠올렸다. 누군가에게 불리지 않는 이름을 지니고 혼자 묵묵히 집을 돌보는 기분을.
호명의 힘이 ‘진짜 집’의 무게와 같으리라는 생각으로 이 소설을 썼다. 흔적 없이 증발하는 물처럼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린 존재들의 이름을 불러 주려는 마음으로. 우리는 무언가와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을 담아서. 유통기한이 지난 물이더라도, 움직이지 않는 사물이더라도 서로를 책임지는 관계로 살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뿌옇게나마 남겨져 있는 무수한 혼자들의 흔적을 더듬고 싶다. 내게 그 흔적을 더듬는 방법은 글을 쓰는 것뿐이다. 글을 쓸 수 있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