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빌의 공룡들

시리즈

작가 소개

2022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작가의 말

‘웨스트빌(식당)’이란 곳을 가기 위해 헤맨 적이 있다. 구글맵이 알려준 경로대로 걸었지만, 도착한 곳은 동명의 이름을 가진 단독 빌라였다. 내가 가고 싶었던 진짜 웨스트빌은 빌라에서 정반대 방향에 위치하고 있었다. 걸을수록 수상쩍어지는 경로를 따라가면서 내가 찾는 웨스트빌(식당)이 이 길에 있는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지 수없이 확인했지만 어째서 잘못된 곳에 다다르게 되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날 나는 웨스트빌에 가지 못했다.
이 소설은 걸을수록 수상쩍어지는 길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소설이다. 그런 장황한 마음가짐에도 끝내 이해할 순 없었지만, 소설을 마친 후 나는 대척행성인의 시선으로 살고 싶어졌다. 길을 헤매고,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를 찍은 뒤 몇 개의 계절을 흘려보낸 지금은 그 마음만이 남았다. 걷는 대신 뛰어다니고, 지구에서의 역방향을 정방향이라 당당하게 부르며 서쪽에서 뜰 해를 기다린다면 이해 없는 세상에서도 조금은 덜 외로울 것이라고.
나는 서쪽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다. 이곳은 올바른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