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베어ㆍ예티

아울베어ㆍ예티



이세계에서는 좋은 일이 많았는데 지나고 보니 학창 시절만큼이나 흐릿한 기억뿐이다. 마을 밖으로 나가는 것도 모험이었고 여관에 묵는 것도 모험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잠을 푹 잔 기억뿐이다. 하지만 가까웠던 동료만큼은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출혈을 멎게 할 줄 알았고 모든 종족과 의사소통이 가능했으며 가끔은 한 몸이 되기도 했다. 그의 이름을 굳이 이쪽 발음으로 옮겨 보자면 누베뜨-시우 정도일 텐데 그런 식으로 부르지는 않았다. (내가 돌아온 후 바로 펴낸 시집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요즘에는 다녀온 뒤 또 다녀오고 또 다녀온 사람도 많고,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꼭 전해 달라고 쓴 수기도 유통되어 만만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모험이라는 건 죽음을 옆구리에 끼고 다음 기수에게 배달하는 것과 같았다는 말은 꼭 해야겠다. 죽음이 무섭다기보다는 죽어서 돌아가는 게 무서웠으니까. 내 모험의 마지막 순간은 미늘 밭에 보라색 아지랑이가 피었을 때였다. 눈물이 흘렀고 눈물에서 눈물이 흘렀고 눈물에서 눈물이……(까지였다) 기회가 또 생긴다면 나는 반드시 죽지 않을 것이다.